Issue 129, Jun 2017
리암 길릭
Liam Gillick
그럼에도, 그렇지만, 왜냐하면 예술
토마스 쿤(Thomas Kuhn)이 주창한 이래로 과학의 진보를 설명하는 ‘패러다임.’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의미로 사회적, 철학적, 정치적 변화를 설명하는 틀이 되었다. 여기에 ‘패러다임이라는 패러다임의 종말’을 고하며 팀 르윈스(Tim Lewens)는 도전장을 던졌다. 패러다임이라는 모범 답안 안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는 낡은 관성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 철학에 팀 르윈스가 있다면 미술계엔 리암 길릭(Liam Gillick)이 있다. 그는 미술계 내 패러다임으로서의 현대미술에 강력히 제동을 건다. 그는 미술을 미디엄의 기능으로 국한하며 미술이란 삶의 풍경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아티스트로서의 뽐냄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작품은 언뜻 보기에 밋밋할 뿐이다. 그러나 시도는 매우 적극적이며 심지어 반항으로 똘똘 뭉쳤다. 그는 유명해져야 한다는 강박과 유니크를 추구하는 현대미술에 일침을 가한다. 파격적인 시도와 새로운 시각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으며 몸값을 불려온 그 세계에 대한 그의 올곧은 주장은 하나다. 패러다임 내를 맴돌며 재생산만 하는 현대미술의 종말이다.
● 한소영 기자 ● 사진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 제공
Exhibition view of 'One long walk… Two short piers' 2010 Bundeskunsthalle, Art and Exhibition Hall of the Federal Republik of Germany, Bonn, Germany Courtesy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 Photo ⓒ David Ertl